지난 포스팅에 이어 2박 3일 제주도 여행의 둘째, 셋째 날 이야기를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성산일출봉 등반부터 새별오름과 함덕해수욕장까지, 제주도의 동쪽과 서쪽을 모두 즐길 수 있게 꽉꽉 채운 알찬 여정이었습니다.
아침 일찍 서귀포 시내에서 아침 식사를 해결하고 쇠소깍으로 향했습니다. 쇠소깍은 제주어로 '쇠돈(효돈)' 지역의 '하구(깍)'라는 뜻을 가진 곳인데요, 40만 년 전 분출한 용암이 만든 독특한 지형이 특징입니다.
이곳에서는 카약과 테우(전통 뗏목) 체험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저는 날씨가 추워 따로 탑승하지는 않았습니다. 푸른 바닷물과 예술적인 절벽이 어우러져, 산책만 해도 예술품을 보는 것 같은 장관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이전에 여름에 방문했을 때는 카약을 탑승했는데, 뒤집어질 듯 흔들흔들한 카약이 스릴 넘치기도 했지만 쇠소깍의 푸른 물결이 정말 인상적이었고, 울창한 소나무 숲과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풍경이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쇠소깍의 절경을 가까이서 구경할 수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탑승해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제주도의 대표 명소인 성산일출봉입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이곳은 약 180m 높이의 화산체로, 정상까지는 약 200개의 계단을 올라가야 합니다. 난이도는 남산과 비슷한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입장료는 성인 기준 5,000원이었고, 정상까지 왕복 1시간 정도 소요되었어요. 중간중간 휴식 공간이 있어 체력에 맞춰 쉬어가며 등반할 수 있었습니다. 정상에서 바라본 제주 동부 해안의 전경은 그야말로 압권이었답니다. 성산일출봉 가운데 움푹 패인 분화구에 제주도에서 자생하는 식물들이 자라고 있었는데,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순수한 자연을 바라보고 있자니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등반 후 배가 고파 성산일출봉 근처에 위치한 윌라라(Willala)에서 피시앤칩스로 점심을 해결했습니다. 호주 자격증을 가진 사장님이 운영하는 이곳은 성산일출봉 근처 유일한 피시앤칩스 전문점인데요, 바삭한 튀김옷과 신선한 생선의 조화가 일품이었어요.
피시앤칩스 종류는 달고기와 상어고기로 나뉘었는데, 달고기는 조금 더 식감이 있는 편이었고 상어고기는 부드러운 맛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달고기를 더 추천하고 싶네요!
점심 식사 후에는 유민아르누보 뮤지엄을 방문했습니다.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이 미술관은 그 자체로도 하나의 예술 작품이었어요. 입구에서부터 관람을 끝내고 나오는 길목까지의 모든 동선에 제주의 물, 바람, 빛, 소리를 담고자 한 건축가의 의도가 느껴지는 곳이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슬릿 창문으로 보이는 성산일출봉의 모습이 마치 예술 작품을 건물에 들여놓은 듯한 느낌이 들어 멋있었어요.
전시관에서는 1890년대부터 약 20년간 유럽에서 유행한 아르누보 양식의 유리공예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특히 에밀 갈레의 작품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동선이 잘 짜여있는 전시관이라는 느낌을 받았고, 방문객이 적은 편이라 여유있는 공간에서 조용히 관람을 진행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한라산을 지나 서쪽으로 이동하여 한림읍 호텔샌드를 방문했습니다. 협재해수욕장 바로 앞에 위치한 이 카페는 에메랄드빛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뷰 맛집이었어요. 저는 이곳에서 카페 라떼(7,500원), 수제 무화과 라떼(9,800원)와 무화과 타르트(9,800원), 그리고 소금빵을 주문했는데, 보기에도 좋고 맛도 좋은 디저트와 음료였습니다. 요즈음 취미로 빠진 뜨개질을 하며 여유롭게 경치를 즐겼어요.
카페 투어 후에는 해녀들이 직접 채취한 우뭇가사리로 만든 우무 푸딩을 구매했습니다. 커스터드, 말차, 우도땅콩 등 다양한 맛이 있었는데, 부드러운 식감이 특징적이었어요. 항상 제주에 올 때마다 우무 푸딩을 먹는데, 유통기한이 너무 짧아 선물용으로 가져가기 어려워 아쉽다는 생각입니다.
우무 푸딩을 테마로 한 푸딩 비누와 여러 가지 스킨케어 제품을 판매하는 작은 샵도 옆의 가게에서 운영 중이었는데, 기념품으로 사가면 좋을 만한 제품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푸딩 비누는 여러가지 색의 제품들이 있는데, 색상과 상관없이 향은 모두 같다고 하셔서 조금 아쉬웠어요.
늦은 오후가 되어 햇빛이 노랗게 물들어갈 무렵 새별오름을 찾았습니다. 등반 시간은 약 20~30분 정도로, 정상에서는 한라산과 비양도까지 조망할 수 있었어요. 바람이 많이 불어 추웠지만 경치가 좋고 갈대밭의 무드가 가을의 정취를 듬뿍 담고 있는 것 같아 방문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어서 들른 천백고지에서는 해발 1,100m에서만 볼 수 있는 제주도의 고유한 자생 식물을 관람할 수 있었어요. 날씨가 좋지 않아 한라산도 잘 보이지 않았고 안개가 끼어 있었지만, 오히려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 강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올라가는 내내 아이폰에서 확인할 수 있는 현재 고도가 실시간으로 올라가는 게 신기했습니다.
체크아웃 후 한라산을 지나 함덕해수욕장으로 향했습니다. 고운 모래와 맑은 청록색 바다가 인상적인 이곳에서 여유로운 아침 산책을 즐겼어요. 비가 한두방울 떨어지고 있었지만 바다색은 여전히 푸른 에메랄드 빛이었어요. 개인적으로는 함덕 해수욕장의 물빛이 가장 아름다운 것 같아 좋아하는데, 추운 날씨 때문에 발을 담그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여행의 마지막 식사는 소노벨 제주의 조식뷔페 '해난디'에서 했습니다. 제주의 향토 음식부터 다양한 조식 메뉴까지, 알찬 구성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규모가 작은데도 불구하고 다양한 메뉴들을 제공하고 있어, 만족스럽게 식사를 하고 돌아왔습니다. 가격은 성인 기준 35,000원 입니다.
둘째 날은 동부와 서부를 크게 한 바퀴 도는 일정이었고, 마지막 날은 공항으로 이동하는 동선을 따라 해변을 구경하며 여유롭게 마무리했습니다. 이동 거리가 꽤 되었지만, 제주도 동서남북의 다양한 매력을 짧은 시간 안에 알차게 경험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운 여행이었어요. 동선이 효율적이지는 않았지만 방문해보고 싶던 장소들을 모두 들렀기에 후회없는 여행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